매장 인가? 지사인가?

내가 다니는 직장은 우리 회사에서 첫번째로 오픈 한 오디오 전문 브랜드 샵이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일해 왔던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그 경력을 인정 받아 이 매장의 점장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재미있는게 두 회사 와 연결된, 그리고 또다른 두회사 가 관여된, 여러 관계가 복잡하게 꼬인 그런 매장이다. 독자적인 매장이 아니란 얘기다. 만약 본사에서 100% 투자해 만든 독자적인 매장이라면 남 눈치 볼 것 없이 마음대로 매장을 운영 하겠지만 여러 회사가 꼬여 있다보니 본사도 마음대로 운영을 못한다. 월 2,500만원 의 고정 비용을 계속 날리면서 말이다.
꾸준히 브랜드 의 한국 지사 의 비지니스를 위해 전시장 역할도 해야 하면서 제품도 팔아 매출도 올려야 하는 매장이다.
이러다 보니 브랜드의 한국 지사도, 우리 본사도 그 어느 누구도 이 매장의 정체를 확실하게 규정 짓지 못한다. 그리고 이 매장의 목표, 이 매장이 나아갈 길을 아무도 제시하지 못한다.
게다가 사공도 많아 임원들, 담당자들 모두 하고 싶은 일들이 따로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비젼도 다르고…
이럴거면 나를 왜 부른거지? 왜 직원을 채용 한거지? 그냥 본사의 아무 직원이나 파견나오면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자 그럼 예를 한번 들어볼까?
1. POS
매장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장 첫번째는 바로 POS 다. Point of Sale 이라고 해서 결재 와 재고 관리, 매출 관리 등 전반적이고 기본적인 매장 관리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게 없으면 모든 일을 손으로 해야 하고 손으로 하다 보면 실수도 생길수 있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현대의 소매점은 POS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고, 99% 모든 소매점은 다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런데 본사의 높으신 분은 이걸 왜 쓰냔다. 그냥 카드 기계 하나만 있으면 안되냐고 하신다. 오랜기간 동안 설득 끝에 결국 구매는 했지만 이 POS 를 사용하지 않는 영업부에서 구매 한 덕에 아무것도 작동이 안되는 완전 깡통이다. 여러가지 불편하고 힘든 점, 본사 사정들 때문에 아직까지 제품 등록도 안돼서 고객들 앞에서 창피 당하기가 일쑤 인데, 그냥 우리 더러 알아서 하란다.
이럴거면 그냥 카드 기계만 쓰고 손으로 작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이걸 왜 1,000만원 씩이나 주고 샀는지 이해가 안간다. 남의 돈이라고 막 쓰는건지… 이걸 제대로 사용 못하면 결국 책임은 또 나한테 돌아 올텐데….걱정이다.
기본적으로 이걸 잘 사용하려면 본사의 체계 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본사에서는 바꿀 마음이 없단다. 원가 계산 이라던지 시스템 적으로 본사 와 매장을 분리 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안된단다..그냥 닥치고 따르란다…이러면서 책임은 매장에서 지란다… 이럴거면 왜 법인은 분리 시킨거지?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생각할수록 계속 암울해진다.
내가 미국에서 사용했던 POSIM 프로그램은 가격도 저렴하고 사용하기 정말 쉬웠는데… 왜 한국엔 이런 프로그램이 없는건지…
이렇게 쓸거면 그냥 싼거 사도 될 뻔 했는데 본사는 이럴걸 몰랐는지…
이건 완전 돈 낭비 였고, 앞으로 다른 매장을 내더라도 절대 할 필요가 없는 실패 작이다.
POS 를 제대로 시스템 화 시키지 못하는 덕에 내가 해야 할 페이퍼 웤 만 몇개 인지 모르겠다.그러다가 계산이라도 틀리면 원인을 찾느라 밤새고.. 참 아주 훌~륭~한 시스템이다… 제길..

2. 정체성
두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한 이 매장의 정체성이다. 이게 물건을 팔기 위한 매장인지.. 비지니스로 Show up 하기 위한 전시장인지..도매상인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본사에서는 청담동에서는 매장으로 그동안 성공한 업체가 없으니 매출은 포기 하란다. 그리고 B2B 로 물건을 도매 판매 하란다. 그리고 높으신 분께서는 매장 직원 한테 찌라시 들고 나가서 직접 뿌리란다.. 차에다가 명함 꽂고 오란다..
지금 매장의 전체 직원은 3명이다. 점장, 부점장, 주임. 한명이 나가서 찌라시 뿌리고, 나머지 한명은 휴무 하고, 매장은 한명이 지킨다.
위에서는 한명이 지켜도 된단다. 내방객이 없으니 괜찮단다… 그리고는 내방객을 100명, 200명으로 늘리란다.
도대체 말이 앞뒤가 안맞는다..이렇게 가다간 여름에 휴가를 제대로 쉴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다음 주 월요일 부터 사장님의 따님이 인턴으로 근무 한다고 한다. 사람이 한명이라도 늘으니 좀 쉬는데 문제는 없겠지…그런데 이 친구 8월 중순 까지 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일은 제대로 할까?
보나마나 부잣집 미국 유학파 따님께서 편하게 놀다가 미국에 돌아가실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상전 하나를 모셔야 할지 도 모르겠다.
어쨌든 처음 입사해서는 어떻게 제품을 잘 팔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제품을 소싱해서 팔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매장을 키울수 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젠 하지 않는다.
할 필요도 없고 해 봐야 본사에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본사의 직원들은 모두 광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자기 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럴려면 매장에서 직접 일을 벌리면 안되는 거다. 그냥 까라면 까야지…

이제 밤이 늦어서 매장 정체성 관련 2부는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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